읽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noravora 2025. 6. 26. 15:58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재일 처음 읽은 책이기도 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보다 먼저 보았음에도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책이라고 써놓고도 스스로 놀란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읽는 거라 아이폰으로도 보고 아이패드로도 보고, 이북 리더기를 통해서도 보았다. 앞으로는 적응을 해나가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좀 낯선 읽기의 방식이기는 하다.

 새해라 그런지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뭔가 자꾸 흔들리는 기분이 들어 그 마음을 붙잡고자 에세이를 읽고 있는데 에세이를 보는 이유에 대해 떠올랐다. 타인의 삶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을 엿보고 싶어서 인거 같다.

 

1장.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

2장. 완벽한 고독이 건네는 위로

3장.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4장.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5장.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

6장. 예술가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

7장.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8장. 푸른색 근무복 아래의 비밀스러운 자아들

9장.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이해하려고 할 때

10장. 애도의 끝을 애도해야 하는 날들

11장. 완벽하지도 않고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

12장. 무지개 모양을 여러 번 그리면서

13장.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책의 목차인데 꼭 적어보고 싶었다.

6장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하나는 네 소원을 위해서, 

다른 하나는 네 소원만큼 간절한 다른 누군가의 소원을 위해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6장

 

 이 부분을 보고서 떠올렸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에서 데이비드의 가족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엄마인 스테파니가 딸 이사벨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했던 대사가 있었다.

스테파니 : 이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볼까?

이사벨 : 내가 대우받고 싶은 것처럼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해요.

 왜 이게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언젠가 꼭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소원을 빌면서 다른 누군가의 소원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품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0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7장 마지막 문장들을 적어본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7장.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이 푸른색 근무복 아래에는 정말 갖가지 사연들이 있을 거예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8장. 푸른색 근무복 아래의 비밀스러운 자아들

 

 교육을 맡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문장이었다.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우리는 각기 다른 사연이 있다. 옷차림뿐 아니라 삶도 그러할 것이다.

 주인공과 함께 근무를 하는 동료 중 한 사람의 말.

 

 

 

“내가 유일하게 되고 싶었던 건 개인적으로 예술을 후원하는 부자였다고. 이게.” 그는 입고 있는 푸른색 근무복의 옷깃을 잡아당겨 펴면서 말한다. “그 꿈에 제일 가까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8장. 푸른색 근무복 아래의 비밀스러운 자아들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선택한 삶이라 왠지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멋있었다. 나도 닮고 싶었다. 꿈의 끝자락, 귀퉁이라도 붙잡고 살아가면 삶이 좀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곳은 만족스럽지 않다.

나는 화가가 아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12장. 무지개 모양을 여러 번 그리면서

 

 

 12장에 보면 미켈란젤로의 소네트(14행의 짧은 시로 이루어진 서양 시가. 각 행을 10음절로 구성하며, 복잡한 운(韻)과 세련된 기교를 사용한다. 13세기에 이탈리아에서 발생하여 단테와 페트라르카에 의하여 완성되었으며, 셰익스피어·밀턴·스펜서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를 엿볼 수 있다.

 만족스럽지 않다니! 화가가 아니라니! 뭔가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글쓴이는 미켈란젤로의 밀에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마음보다는 충격이 먼저였다. 닿을 수조차 없겠구나. 그럴 수 없겠구나. 생각한다.

 미켈란젤로와 로레타 페트웨이를 크게 다르지 않은 예술가로 설명해 주는 게 좋았다. 12장을 다 읽고 나니 매일매일 꾸준히 하면 뭐든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책의 마지막 13장(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을 보면서 나의 예전 일이 떠올랐다.

 

01
2019년 어느 날

 

 그때는 2019년의 어느 날이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비가 여전히 많이 내리고 있던 때로 기억한다. 지구의 날씨뿐만 아니라 나 개인의 삶도 그다지 녹록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편안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때는 내 삶이 너무 무겁다고 느끼고 있던 순간이었다. 비가 정말 억수같이 쏟아지던 때에 불평을 하며 길을 걸었었다.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온몸이 젖을 정도였다. 그리고 비가 그치고 난 후의 하늘을 보며 깨달았다. 이걸 보려고 내가 그토록 많은 일을 겪었구나. 사진은 내 기억 속 모습보다 덜 아름답지만, 그때의 그 순간을 메모장에도 기록해 두고 힘들 때 보고는 한다.

 책의 마지막 장, 저자는 메트에서의 마지막 근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마지막 장을 보며 내가 이걸 보려고 책을 읽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장은 정말이지 전부 저장해두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주인공의 경비원으로서의 삶에서 있었던 작품들, 관람객들, 그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서 지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는 메트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그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강력한 기분을 느꼈다. 내 삶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그러면 얼마나 뉴욕에 머물러야 하나?ㅋㅋㅋㅋ 또다시 내 삶에도 2019년의 하늘 같은 책의 13장과 같은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걸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