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번역: 황석희 - 황석희

noravora 2025. 6. 30. 10:16

 밀리의 서재를 통해 접하게 된 책이다. 2주 정도 밀리의 서재를 사용해 보고 장점을 발견했다. 우선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봤다가 저 책도 보고 번갈아가면서 읽을 수가 있다.

 다음은 보고 싶었던 책이나 눈길이 갔던 책, 사는 것까지는 망설여져 도서관으로 향했지만 대출 중인 책을 밀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도 보고 싶었던 책인데 밀리에 있어서 보았다. 책 보다 밀리의 장점을 늘어놓게 한 대표적인 책이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최대 두 줄, 한 줄에 열두 자

2부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

3부 1500가지 뉘앙스의 틈에서

 망작과 아빠의 눈물샘에 보면

 

이제 나는 아이가 어떻게 되는 영화를 보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번역: 황석희 - 망작과 아빠의 눈물샘

 

 라고 마지막에 적혀 있다. 나는 아이가 있지 않기에 어떤 마음인지 어렴풋 느낄 뿐 온전히 공감은 되지 않는다. 이런 글을 볼 때면 경험의 유무는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어떤 느낌일까? 과연…

 엄마는 그런 줄만 알았다 편을 보면서는 나의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는 마라탕을 좋아하고 공차의 펄이 들어 있는 음료를 즐기신다. 특히 펄은 추가한다. 엄마가 낯설어 할 거라 여겼던 건 나의 생각일 뿐, 엄마는 마라탕과 버블티를 좋아한다. 30여 년 엄마를 알아왔지만 앞으로 더 알아갈 게 많겠구나 생각한다.

 

오지랖은 자신의 알량한 경험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보내는 어긋난 호의다. 그래, 일단은 호의라고 믿자.
번역: 황석희 - 세상 모든 오지랖에 부쳐 중에서

 

 오지랖도 정도껏이어야 호의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 정도껏이라는 게 언제나 어렵다는 게 함정이다.

 

최대 두 줄, 한 줄에 열두 자.
번역: 황석희

 

 책에 보면 자막을 ‘최대 두 줄, 한 줄에 열두 자.’라고 종종 표현하신다. 여태껏 영화를 보며 눈치채지 못허고 있던 부분이다. 책을 보고 나서는 영화 속 자막을 마주할 때 문득 저 말이 떠오르곤 한다.

 3부 1500가지 뉘앙스의 틈에서 보면 나는 태어나면 안 되는 사람이었을까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그 글에 보면 과학 상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도 어릴 때 갖고 싶어 했던 거다. 그걸로 과학의 달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었다. 물론 없어도 다양한 걸 할 수 있었지만 과학 상자가 가지고 싶었었다. 하지만 당시에 그건 그다지 쉬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기준은 다르겠지만 우리 형편은 그러했다. 나도 중학교 졸업 때까지 과학 상자를 만져 본 이력이 없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엄마가 어디선가 얻어 온 과학 상자를 집에 가져온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기지고 싶었던 것이 왠지 그렇게까지 멋져 보이진 않았었다. 더 이상 필요치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자라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과학 상자에 대한 기억은 거기까지다.

 이 글은 가난한데 애를 낳는 것 자체가 죄라는 댓글로 시작되는데 예전에 친구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월 800만 원의 소득이 없으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불가하다는 누군가의 말로 인한 이야기였는데, 나는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했지만 어른이 되었다. 물론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지만 사랑은 부족함 느끼지 못하고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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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석희 - 황석희

 

 

 작가님이 적어둔 글처럼 나도 우리 부모님의 최선으로 자랐고 현재의 난 그걸 느낀다. 그럼 된 거다. 당사자가 괜찮다는 데 뭐가 문제일까! 저런 댓글이 나오는 건 아무래도 물질로서 여전히 평가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편협하게 판단하지 말고 넉넉하게 타인을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물질만능주의가 중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말을 쓰고서 조금 반성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자본주의 만만세’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이 말을 쓰면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반성한다. 나조차 물질에서 멀어지지 못했다. 세상에는 그보다 귀한 것이 많다. 잊지 말자! 나부터!!

 3부의 제목에 1500이라는 숫자는 영화 한 편의 대략의 자막 수라는 사실도 책을 통해 알았다. 영화 꽤나 많은 수의 자막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대략 1500개의 문장을 마주한다니 뿌듯한 기분까지 든다!

 <번역: 황석희>는 작가님의 일기장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작가님의 성함이 제목에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일기는 누가 안 봤으면 싶으면서도 남의 거는 보고 싶은 뒤틀린 심보가 작동했다. 정말 작가님의 일기는 아니겠지만 그런 착각이 들곤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