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유령의 마음으로 - 임선우

noravora 2025. 7. 7. 10:32

유령의 마음으로 - 임선우

<유령의 마음으로>
 유령이 몸에서 분리되고 추위를 느끼는 것이 뭔가 나의 감정을 마주했을 때의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익숙한 내 모습이지만 나의 온전한 감정을 마주했을 때의 나는 어떠한가. 가끔은 나도 나를 속이고 사는 듯하다. 아니 가끔이 아니고 자주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일은 더 잦아진다. 유령의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며 나의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가길. 그리고 그것이 큰 일이 아니길. 별일이 아니길. 

<빛이 나지 않아요>
 소설을 보며 나도 반짝반짝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반짝이는 사람의 정의는 각자마다 다르겠지만 대게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한 상태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마지막에 노래를 계속하기 위해 서울로 가는 나를 응원한다. 반짝이길. 그런 순간을 지나길.

<여름은 물빛처럼>
 나무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 가지 떠올림이 있었다. 가을동화라는 드라마에서 나무가 되고 싶다는 은서와 채식주의자의 영혜이다. 이 소설에서는 결국 나무가 되려던 산은 방을 나선다. 아마도 그리운 상대를 아직 잊지 못함을 나무로 그린 게 아닐지 생각했다. 나무에서 벗어났다는 건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게 아닐까. 상흔은 남았겠지만 일어났으면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낯선 밤에 우리는>
 책에서 제일 결이 다르다고 느껴졌던 소설. 난임병원에 다니다가 중학교 때 친구 금옥을 만나게 된 나. 금옥은 사이비 종교를 믿지만 나에게 굳이 종교를 전하진 않고, 둘은 밥을 먹는 사이가 된다. 금옥의 집에서 나와 함께 밥을 해 먹는 대목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다. 나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함께 상을 차리고 밥을 먹고 치우는 장면을 좋아한다. 왜 그런지는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걸 보면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끼기도 하고 음식을 보여주는 장면 자체를 좋아하기도 함께 한다는 감각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둘은 잠시 연락을 하지 않게 되는데 금옥이도 나도 잘 살았으면 싶다. 그리고 그 결말이 금옥이가 벗어난 것이었으면, 내가 그렇게 바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벗어난 것이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집에 가서 자야지>
 조는 나와의 관계에서 종종 거짓말을 해왔다. 도마뱀 김재현을 찾기 위해 윗집 정우네를 가게 되고 나, 정우, 조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관계의 표면적 이유는 언제나 도마뱀 김재현이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밥과 꽤 같이 먹고 영화도 보고 했는데 친해지지 못한 걸까? 정우는 그 만남이 필요해 김재현을 보았다고 거짓말하였다고 보이는 아마도 김재현이 아니었으면 만날 이유가 딱히 없는 그런 관계였나보다. 연락하지 않는 동안 나는 그동안 셋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찐 살을 빼기 위해 헬스장을 다녔고 조는 아프다고 했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정우는 한 번도 연락하지 않고 찾아오지 않음에 서운함을 내비치지만 나와 조는 정우와 그만큼의 관계가 아니었던 모양. 정우의 거짓말이 탄로 나고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무려 다섯 대나보내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늘어놓는다. 아미도 거짓말일 것으로 보인다. 도시락을 챙기지 않고 직장에 가지 않고 등등. 그렇지만 귓가에 집에 가라는 말이 들리며 소설은 끝이 난다.

 

<동면하는 남자>
 오히려 동면하는 남자는 그런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걸 굳이 확인하려 하는 남자의 마음이 나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은 일하는데 자고 있을 남자를 생각하니 가서 깨워보고 싶은 심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의아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와 헤어진 게 아닐지 생각했다. 가치관이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알래스카는 아니지만>
 천장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아래 두 사람은 한동안 생각했다. 현실이 너무 고되어 떠나고 싶었던 나가 드디어 현실에 발을 붙이려 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물론 그 아픔은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걸 딛고 일어서려는 것이 응원하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꽝>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쓰였던 소설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는 듯 느껴졌다. 학교 졸업도 늦게 걸리고 취업도 다다르지 못했다는 대목들에서 아마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뭐라도 내가 원하는 것으로 인해 노력해 보았다면 삶에 조금이나마 미련이 있지 않았을까. 100시간이 주어진 것에 그는 그다지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청소기 안에 갇힌 연습생이었던 유령을 만나 조금은 위안이 되었길. 그리고 책 속 나뿐 아니라 나로 살아가는 모든 이가 이걸 보고 그런 마음을 느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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