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포터 작가님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번에도 작가님의 이름을 발견하고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오스틴>
나는 대학교 친구들을 파티에서 만나고 친구들로부터 집에 침입한 열다섯 아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미혼인 친구들은 기혼자인 나의 의견을 궁금해하지만 나는 대답을 않고 화장실을 다녀온다 하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온 나는 가족을 살피고는 잠시 잠에 들었는데 아내가 뒷마당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나는 아까 파티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뒷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창으로 가족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두려움을 느낀다.

첫 번째 소설을 읽으며 제목이 왜 사라진 것들인지 생각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나처럼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정확한 심정은 모르지만 과거와 달라진 나, 특히 나만 달라졌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은 종종 있다. 반면 나만 변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감정의 순간이 포착된 듯하여 조금은 부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포착하는 거 너무 좋다!!!!
<담배>
평생 계속 피울 거라고 생각했던 담배를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끊게 된 나는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던 때 숨겨둔 응급용 담배를 꺼내고 불을 붙이고 울기 시작한다.
4p의 짧은 소설이다. 평생 피울 거라 생각했던 담배와의 이별이 마치 나와의 이별처럼 느껴졌다.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사랑과 선의는 두 배가 되고,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사라진 것들 - 담배 26p
다시 담배를 피운다고 해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 감정이 조금은 느껴지는 듯했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나는 어떤 감정일까? 현재가 좋지만 종종 과거의 나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건 어떠한 느낌일까 상상했다. 아마 겪어야 느껴지겠지만…
<넝쿨식물>
나와 미술 작업을 하는 마야가 동거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와 마야는 샌안토니오 남부의 작은 차고 아파트에서 거주했는데, 이곳의 집 주인은 라이어널이라는 화가였고, 마야에게 작업실을 일정 시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라이어널과 종종 대화를 나누지만 마야는 그를 썩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어널의 누드화 속 여자가 마야와 같은 머리칼 색을 가진 것을 나는 확인한다. 나는 그 사실을 마야에게 말하지 않고 마야는 나와 헤어지기 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내게 선물로 준다. 마야와 헤어지고 나서도 나는 마야와 연락을 주고받지만 나는 마야에게 예전의 우리가 함께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묻거나 말하지 않는다. 그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마야는 암으로 죽게 되고 나는 과거 라이어널의 제자인 캐럴라인을 모금 행사에서 만나지만 캐럴라인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관계란 엉켜 있는 넝쿨식물 같은 것일까. 마야가 초반에 라이어널을 좋지 않게 표현한 것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었을까?
<라임>
나는 친구이자 조각가인 로레나가 집들이 선물로 준 라임나무를 뒷마당에 심어 보살피고 있다. 로레나는 라임나무가 영원히 살 거라고 한다. 로레나는 다섯 번째 재혼을 했고 나는 로레나의 결혼과 라임나무를 연결시켜 생각한다. 그리고 나무가 죽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만 같다고 한다.
한 페이지 분량의 소설.

상태는 좋지 않다는 로레나의 대사에 눈길이 많이 갔다. 상태는 어쩌면 관계를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정말이지 시간이 흐를수록 느끼지만 많이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그걸 잘 해내고 잘 이어나가는 하나의 존재가 되고 싶다.
<첼로>
이야기는 나와 나의 아내 내털리가 강연을 다녀오고서 아이들이 자고 있는 집에 돌아와 와인을 마시는 내용으로 설명된다. 내털리는 첼로 연주자고 대학 현악 부분 학과장이며 현악사중주의 당원이다. 그런 내털리는 최근 손이 떨리는 증세가 발견되었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있다. 내털리의 손떨림 증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아까 강연에서 그 여자가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나. 그거 있잖아, 우리의 선택과 행동은 그것이 진정한 자아와 맺는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말, 그리고 진정한 자아와 조응하는 행동이 가치 있다고 여겨진다는 말. 하지만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면 어떡하지? 자기 몸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면?"
사라진 것들 -첼로 87-88p
사라진 것들이라는 제목이 점점 더 애잔해진다. 나에게 있어 부정적인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과도 연관되어 있는 것이 사라진다면… 더구나 그건 건강과도 관련이 된다면…아득하게 깜깜하다는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
<라인벡>
나(리치)는 데이비드와 리베카와 대학시절 만나 친구로 지내고 있다. 데이비드와 리베카는 커플이고 함께 라인벡에 폰테인이라는 식당을 냈고, 나는 그들을 따라 라인벡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던 중 데이비드와 리베카는 텍사스의 오스틴으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나에게 말한다. 세 사람은 종종 뉴욕으로 놀러 가곤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뉴욕으로 나가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뉴욕에 간 것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다는 리베카와 함께 간 나였는데 그때 리베카는 데이비드와 사귀기 전 나와 키스했던 때의 일을 말하며 그때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눈이 오는 날 찾아온 데이비드는 오스틴에 여름이면 이사 갈 거라고 말하고 2년 정도는 걸린다던 그의 말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나는 서운함을 느낀다. 리베카는 나에게도 오스틴에 오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의 계획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삼각관계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 상실의 시대를 읽고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두 명의 관계가 좋다고 세명은 힘든 게 아닐까? 둘이서 온전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지 않을까. 리베카는 나에게 계속해 여자를 소개해 주시면 나는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지 못한다. 어쩌면 나 또한 리베카의 대한 감정이 남아있어 함께 한 것이 아닐까. 소설 마지막에 대게는 리베카의 라는 구절을 보니 소설이 좀 무서웠다. 무려 20년인데…
<고추>
나의 옆집에서 고추를 키우던 화가 테리사. 테리사는 손님들을 초대해 고추를 대접했는데 엘디아블로(악마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고추를 보여주며 만지지 말라고 한다. 테리사는 손님을 다 보내고도 아직 작별 인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엘디아블로만 식탁에 남겨둔다. 테리사는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나는 그때의 테리사를 떠올린다.
떠나간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나 또한 이런 순간이 있는 듯했다. 떠나간 이를 기억할 수 있는 순간 말이다.
<숨을 쉬어>
나(개빈)는 아들(이언)이 태어나고 공황 발작을 느낀다. 아내인 케이틀린에게도 발작을 느낀 적이 있냐고 묻는데 아내는 없다고 한다. 최근 아들의 친구 생일 파티에서 나는 물에 빠진 아들을 보고 발작을 느낀다. 나는 발작으로 인해 물에 빠진 아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나는 아들과 잘 지냈었는데 케이틀린의 부모님의 집에 다녀온 뒤로 아이와 멀어졌다.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아이가 나와 거리를 둔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물에 빠졌던 아이가 기침을 할 때마다 나는 혹시나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한다. 아내가 잠에 들고 아이의 방에서 나는 아이를 지켜본다. 아이는 왜 수영장에 빠졌을 때 옆에 있지 않았느냐 묻고 나는 옆에 있어주어야 했다고 말한다. 다음 날 찾아간 병원에서 아이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아이가 물에 빠졌던 순간을 떠올려보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개빈은 컴퓨터로 계속 검색을 해보기도 하고 아이가 뭘 하는지 살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필요했던 순간 옆에 있지 못했다. 어쩌면 관계가 멀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필요할 때 상대가 없었음을 확인해서. 어쩌면 상대에게 어떠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멀어지는 게 아닐까. 나와 아들의 관계가 뭐 때문에 멀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인 아빠가 여전히 아들을 애정 하는 것이 조금은 느껴져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언도 그걸 받아들이고 다정한 관계가 되었으면 싶었다.
<실루엣>
나(스티브)와 에이미는 폴과 일레인 부부의 초대에 응하곤 하지만 이 부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에이미는 내가 정년직 교수가 되지 못한 것에 폴의 배신이 있다고 여긴다. 나는 폴의 집에서 종종 물건을 훔쳐다가 집에 보관하는데 잘못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폴과 일레인 부부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되고 거기서 개릿과 린지 부부를 만난다. 개릿을 통해 폴이 나의 정년직 교수를 위해 힘썼다는 내용과 더불어 나의 논문 수가 부족했음을 전해 듣고 나는 아내와 함께 폴의 집을 떠난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폴과 일레인은 나와 아내를 향해 돌아오라며 무슨 기도문을 외듯 디저트라고 외쳤다.

오해로 뒤틀린 관계. 제목이 실루엣인데, 그저 한 단면만으로 판단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갈등을 보여주는 듯했다. 가끔은 나의 뇌가, 나의 생각이 이토록 편협한가를 깨달을 때가 있는데 이 소설이 그 순간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타인의 전부를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데도 나는 종종 내 틀에 가둬 스티브와 에이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잔인하지만 어쩌면 그 편이 편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라모의 영웅들>
신혼 시절에 나는 알라모에서 보조 직원으로 일했다. 근무가 끝나면 아이스 하우스(시원한 맥주를 파는 야외 술집)에서 아내인 케일라와 만나 술을 마시곤 했는데, 그때 아내는 나에게 알라모에서 죽은 병사들의 이름을 읊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죽은 병사들 이름을 더 이상 읊는 것이 하고 싶어지지 않았고 그 일이 있고 나서 아내와 나는 멀어졌다.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맞서 어깨를 뻣뻣이 움츠린 채 발걸음은 조용하고 꾸준한 박자를 유지하며, 마치 장례식이나 결혼식이나 전쟁에서 행진하듯 그렇게.
사라진 것들 - 알라모의 영웅들 201p
<벌>
세탁실에서 처음 벌을 발견한 것은 아내인 알렉시스였다. 양봉가에게 전화를 걸어 벌과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고자 하였지만 금전적 문제로 말끔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나와 알렉시스에게는 리아라는 딸이 있었는데 아내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시내에 아파트를 구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이 잠든 사이 사라진다는 걸 깨닫고 엄마가 천국에 있다고 말하고 나는 토요일에 있는 아이의 축구 연습에 아내에게 올 것을 권유하지만 아내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아이와 함께 아내가 있는 곳(사실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함)으로 가보지만 아내는 카페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집에 돌아왔고 줄어들었을 거라 생각했던 벌이 늘어나 있었다.
세탁실 벽 주위를 느린 동작으로 선회하며 아마도 그 숫자를 점점 불려가고 있을 그들이.
사라진 것들 - 벌 230p
벌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 아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아내는 집을 종종 떠나 있는다. 어쩌면 아내는 문제를 좀 더 유연하게 다루고자 피해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는 줄어들었을 거라 생각했던 벌이 더 늘어났음을 나는 목격한다. 그리고 심지어 초반에 아내가 벌에 쏘이고 다음으로는 내가 벌에 쏘인다. 마치 경고처럼 느껴졌다. 알렉시스의 어두운 면을 나는 끌렸던 것인가? 알렉시스는 자신의 그런 면이 현재에 관계에는 좋지 않음을 알아채고 가정에서 피해있었던 것인가? 정답은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하지 않는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서로에게서 무언가가 사라지고 새로운 무언가가 그 빈자리를 메꾸어 이전과는 다른 상태가 되어버린 듯했다. 그리고 그런 것이 리아에게 있어서 아주 큰 아픔이지는 않기를. 잘 받아들였으면 바랐다.
<포솔레>
둘째가 막 태어난 나는 샌안토니오 남부의 작은 구멍가게에서 포솔레(돼지고기와 고추, 옥수수, 각종 야채 등을 끓여 만든 멕시코 음식)을 날이면 날마다 점심을 먹었다. 그곳에 손님들은 보통 서로 말없이 음식을 먹었고 나는 더 이상 주문할 필요조차 없게 될 정도로 단골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내 일정이 바뀌고 몇 달 만에 식당에 방문했는데 식당 주인이 바뀌어 있었고 더 이상 포솔레는 판매되고 있지 않았다.
요즘 나도 자주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과거에 추억이 있던 장소가 내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때 느껴지는 씁쓸함이란. 변하지 않길 바라지만, 쉽지 않을게 분명하다. 또 변하지 않았다고 내 기억 속 모습과 동일하지도 않다. 가끔은 기억에 왜곡이 있는 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음식에 대한 기억은 더더욱 그러하다고 느낀다. 포솔레라는 음식을 소설을 읽으며 나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히메나>
같은 건물에 사는 히메나와 나와 칼리가 관계를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칼리는 처음에는 히메나를 그다지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현재 백수인 나는 문이 고장 나버린 히메나와 대화를 나누다 예술 학교 학생인 히메나의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면서 둘은 자주 어울리게 된다. 칼리는 히메나에게 지원금을 이유로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히메나는 어쩐지 나와 영화를 보는 둥의 행위를 칼리에게 전하진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서 만남을 이어가던 히메나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게 된다.


나와 칼리가 히메나에게 끌렸던 것은 젊음일까? 아니면 서로에게서 이제 더이상 찾지 못하는 과거의 상대방의 모습일까? 책을 읽으면서 히메나가 비밀스럽지만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또한 히메나도 불안하고 온전하지 못할 텐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리고 나로 하여금 그녀가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걸까 싶었다. 전부가 보이지 않아서인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서 흐른 시간만큼이나 서로의 변화도 존재하는 것인지…
<빈집>
나와 아내 스테퍼니가 사는 건물에는 빈집이 하나 있었다. 집주인인 미누엘은 밤마다 그 빈집에 들어갔다. 노래를 틀기도 했고 담배 냄새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옆집에 사는 에스텔은 미누엘이 아내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어서 일종의 대비책으로 아파트를 비어두는 거라고 했다. 그러다 미누엘의 한밤중 출입이 중단되었고, 에스텔은 아내가 다시 미누엘을 받아 준 거라며 거의 확신한다고 했다.
한 페이지의 소설이다. 마치 누군가가 실제로 말한 내용인듯했다. 직접 물어보면 빠를 텐데. 하긴 물어보기 뭐 하기도 할 테지. 하지만 그저 추측일 뿐이다. 그저 쉴 공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라진 것들>
나(앨런)는 친구 대니얼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그의 여자친구인 앙투아네트로부터 전해 듣는다. 국립공원을 트레킹 하다 실종된 대니얼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 나는 대니얼의 집으로 가서 집을 정리하는 앙투아네트를 돕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대니얼의 집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며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한다.

표제작이자 책에 실린 마지막 단편인 사라진 것들. 대니얼이 사라졌지만 다만 그것만 사라진 걸까? 누군가의 부재를 통해서 드러나는 잃어버린 것들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제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사라진 것들 - 사라진 것들 326p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두려워하는 시간. 그건 대니얼이기도 하고 나의 무언가이기도 하며 앙투아네트의 무언가이기도 할 것이고, 우리네 과거의 어떠한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슬프지만 완전히 완전한 슬픔을 느끼지는 않은, 그렇지만 슬플 거라는 예감이 나를 덮치는 듯한. 뭔가 멋지게 설명하고 싶지만 내가 느낀 감상을 언어로 내뱉는 것이 쉽지가 않다.
무언가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또 소설 곳곳에는 예술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소설책을 도서관에서 빌린 건 사실 3주 전쯤이었다. 대출 연기를 신청했기에 3주의 여유가 있었음에도 읽는데 힘이 들었다. 하루에 조금씩 봐야지 생각했는데 자꾸만 미뤄왔다.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나, 책을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읽어 내려가는 게 어렵다는 게 아니라 책이 나에게 거는 이야기가 소화하기가 어렵다고 해야 할까? 마치 주위의 누군가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그건 쉬이 말하고 넘길만한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상실의 감정이 둥둥 떠다니는 듯했고 빈자리가 느껴지고 어딘가 모르게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나의 것인 듯 굴었다. 그런 책이었다. 그게 이 책의 힘이라 생각하지만 역시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또한 작가님의 첫 소설집<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라진 것들이라는 제목을 열다섯 편의 수록작을 보며 모두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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